2024년 12월엔 매일 사람을 만났다. 연말은 한 해가 지나기 전에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보고자 서로 노력하는 시기다. 나는 24년에 유난히 작업만 했다. 집이나 작업실에 엉덩이를 꾹 눌러 앉아 글자와 사투를 벌이던 시간이 길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약속을 잡지 않았고, 친구들은 내가 뭐하고 사는지 궁금해 했다. 친구Y는 나에게 전화를 걸고 항상 “뭐하냐”고 물어본다. 그럴때마다 나는 언제나 “그냥 있어”라고 답한다. 그 친구와 나는 10년이 넘도록 이런 전화를 주고받고 있다. 이번 통화에서 “나는 평생 너가 뭐하는 지 절대 알 수 없다”며 Y가 말했다. 우리는 깔깔 웃었다. Y는 이젠 내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때가 됐다며 투정을 부렸다. 그 말에 나는 수문을 개방하듯 약속을 잡았고, 내 연말은 사람들 덕분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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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Z와 늦은 저녁에 카페에서 얘기를 나눴다. 커피 바 중심의 인테리어로 보아하니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장님과 얘기를 나누러 오는 아기자기한 동네 카페 같았다. 하지만 나와 친구는 그저 어두운 저녁에 환하게 불이 켜진 카페에 들어갔을 뿐이다. 대화내용이 다 들리는 작은 공간에서 확신의 E성향인 사장님은 친절하게 웃으며 우리 대화에 끼려했지만, 나는 어색한 관계를 넉살 좋게 타파할 자신이 없었다. 연말이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근황 얘기에 바쁜척 친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Z는 문득 나의 과거로 대화주제를 틀었다. 그는 나의 습관,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떠올리며 그 모습을 옆에서 보던 자신의 생각을 말해줬다. 나는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 감동 받았다. 그런데 차마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 울컥 올라온 감정 때문에 눈물을 참느라 이를 악 물어야 했다. 더 나아가, 사장님이 우리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청승맞게 울어버리면 분명히 휴지를 건네 줄 친절한 사장님께도 미안했다. 나는 그냥 입술을 앙 다문 사람이 됐다.
어쩜 사람들은 따뜻한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보는가. 어떻게 남에게 관심을 가지고 섬세하게 챙겨주는가.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야 입술에 힘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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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안부와 귀여운 사람들.
늦은 새해 인사와
더 늦은 안부를 보냅니다.
민경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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