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시력은 좋지 않다. 안경을 써야 한다. 그치만 귀찮아서 생 눈으로 다닌다.
잘 보여야 할 일이 있어서 렌즈나 맞출 생각으로 안경원에 갔다. 방구석에 박아둔 안경을 안경사 선생님께 건넸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내 안경을 보더니 시력을 다시 재보자고 했다. 그리고 시력 검사를 진행하면서 선생님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선생님이 말하시길, 내 눈 시력은 예전에 비해 나빠진 상태며, 그 이유는 내가 보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제발 세상을 보려는 의지를 가지라며, 안경 교체를 권하셨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채로 살았냐며 나를 나무라셨다. 포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셨다.
들켰다.
*
요즘 바둑을 두고 있다. 흰 돌 검은 돌을 구분하는 정도다. 재밌다.
나는 바둑을 두면서 어떤 친구를 생각한다. 그 친구의 얼굴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예쁜 얼굴, 짙은 쌍커풀 아래로 투명한 갈색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바둑알처럼 피부가 하얗고, 머리는 검게 윤이 났다. 나는 그 친구를 정말 좋아했다. 친구는 바둑학원을 다녔고, 나는 바로 옆 서예학원을 다녔다. 우리는 계단에 앉아 만화책을 보고, 문구점에서 불량식품을 사먹거나 귀여운 인형을 샀다. 초등학생 답게 나는 그 친구와 내가 단짝 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멀어졌다. 나는 그 친구에게 말을 붙여보지도 못하고, 이유도 못 물어본 채 우리는 그렇게 남이 됐다. 나는 지금도 그 친구를 좋아한다. 그 친구와 함께 놀았던 시간이 소중하다.
바둑 한 판이 끝나면 복기를 한다. 복기는 게임 내용을 돌이켜보며 새로운 가능성과 배움을 얻어가는 시간이다. 아직은 바둑을 잘 두지 못해 기권을 선언할 때가 많다. 원래 A라는 사건의 원인이 B라고 절대 연결 지을 수 없지만, 나는 문득 나를 돌아보게된다. 나를 향한 여러 의심이 올라오면, 정신을 차리고 눈 앞에 바둑판으로 돌아와야 한다.
게임이 끝나면 그저 돌을 잘 정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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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무거운 짐을 짊어지려 했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나여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 짐을 책임지려고 애쓰는 나를 봤다. 하하.
짐을 내려놓았다. 이렇게나 가볍다니! 심지어 더 멀리멀리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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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흙>과 <떠다니고 있어>를 기점으로 새로운 작업을 하게 됐다.
창고에 10년 정도 방치해 둔 색채재료를 꺼냈다.
다채로운 세상에서 맘껏 표현 할 수 있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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