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올해 봄 벚꽃은 유난히 강했다. 몇 번 비바람이 몰아쳤는데도 만개한 벚꽃은 떨어지지 않았다. 3월 25일에 활짝 핀 벚꽃이 4월 8일까지 흩날렸다. 많은 꽃잎이 날아다녀 하늘이 반짝반짝 빛났다. 떨어진 꽃잎들은 땅을 분홍빛으로 물들며 뒹굴었다. 하늘과 땅이 벚꽃으로 가득 찬 다음 날부터 세찬 비와 강풍이 불었다. 나는 벚꽃과 이별할 때가 됐음에 미련이 없었다.

꽃은 자신이 꽃인 걸 모른다. 그저 묵묵히 흐름에 따라 자신의 일을 한다. 산책하다가 내 앞으로 날아온 꽃잎을 잡았다. 그러면 그 잎은 나로 인해 특별해진다. 더 나아가, 설령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꽃이 시들더라도 꽃은 여전히 꽃이다. 이렇게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은 자연스럽다. 어떤 꽃은 밟히고, 땅에 거름이 되거나, 못 피기도 한다. 그럼에도 꽃 하나하나는 그 역할을 다한 존재로 완벽하다.

사람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좋고 나쁨의 구분 없이 모든 인생이 온전하다. 한 사람의 생은 홀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수한 조각이 합쳐져 이루어진다. 제주 어딘가 작은 공간에서 글을 쓰는 지금처럼, 평범한 일상 또한 세상에 완전히 이바지하고 있다. 모든 것이 있어 지금이 있다. 그러니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듯, 인생이 내게 펼쳐주는 삶을 믿어본다. 애씀을 내려놓고 기꺼이 떠다닌다. 그렇게 세상과 내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결국 모든 삶은 같은 곳을 향해 간다. 그래서 나는 이 엉망진창인 삶을 사랑하기로 다짐했다. 분리된 개인이 아닌 조화로운 삶을 실천한다.

이전에는 욕심을 내다보니 경직된 그림을 그려온 것 같다.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설치를 할 때도 벅찬 느낌이 들었다. 작업에서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 티가 났다. 이번 작업은 더러우면 더러운 대로, 틀리면 틀린 대로, 내 지문과 손 기름이 종이에 물드는 대로 그냥 뒀다. 그림 스스로가 작업을 완성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놓고 내 의지는 내려놨다. 나의 몸은 그림을 그리는 도구이다. 그림과 나의 구분이 없다. 너와 나의 경계가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본다. 자연스럽게 나타난 대상을 느낀다. 그렇게 서로를 위해 움직인다.

전쟁과 분단, 역사,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보면 혼란스럽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더군다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관계의 단절, 어려운 상황들을 마주하면 사람들은 분리된 감각을 느낀다. 스스로가 위축되고 허무함을 느낄 때면 그 늪에 빠지지 말길 바란다. 당신이 걸어온 모든 발자취가 지금을 만들었다. 그리고 당신이 있기에 지금 이 글이 존재한다. 당신의 작은 행동은 큰바람이 되어 세상을 향해 아름다운 꽃잎을 날릴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된다. 자신을 위한 움직임이 결국 타인과 세상을 향한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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